초보 기획자 도전기 I

기획자가 될 수 있을까?

저는 첫 회사에서 품질관리(QA)쪽 업무만 9년 정도 했어요. IT의 모든 회사들의 QA가 같은 업무를 하는 건 아닙니다. 제가 주로 한 것은 이슈 대응과 릴리즈(라고 하기에는 좀 부족하지만) 였습니다. 그러다가 한 1년 정도 기술지원 일을 하다가 퇴사를 했죠.

첫 회사에서는 기술지원과 연구소 사이에 품질관리 팀이 껴있는 형태였는데, 그래서 제가 맡은 업무로는 고객의 니즈를 정확히 확인하기가 좀 어려웠습니다. 기술지원에서는 제품을 전략적으로 고객에게 소개해야하기 때문에 기술지원의 니즈를 고객의 니즈처럼 포장하는 일들이 있거든요. 제가 기술지원일 때도 마찬가지였죠.

저의 과거를 급 풀어놓는 이유는 기획자로써의 새 직장생활에 대해 얘기하려면 빼놓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첫 회사에서 신입 기획자들을 본 일이 있어요. 저의 첫 job이 기획자라면 어땠을까 생각했죠. 그들은 대부분 제품을 글로 배우고, 사용자의 예를 잘 모르기 때문에 시행착오를 많이 겪게 됩니다. 물론 제일 힘든점은 기획자로써 말의 힘을 갖기 어렵다는 점이겠죠. 제가 느낀 좋은 기획은 좋은 커뮤니케이션이 아닐까 생각했거든요.

기획자는 누가 되는가?

그래서 좀 찾아봤죠. 기획자는 누가 되는 것인가. 찾아보면 개발자에서 기획자가 되는 분도 있고, QA를 하다가 기획자가 되는 분도 있고, 마켓팅을 하다가 기획자가 되기도 합니다. 최근에는 UX의 중요성에 대해서 모두 얘기하기 때문에 디자이너가 기획자가 되는 일도 많습니다.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첫 직업이 기획자가 될 수도 있겠죠.

재미있는 건 본인의 정체성에 따라 좀 특화된 기획자가 될 수 있다는 겁니다. 물론 어느 것이 좋다고 말하긴 어렵겠죠. 그리고 오히려 자신의 정체성이 좋은 기획의 길을 방해할 수도 있습니다. 이를테면 QA였던 저는 생각보다 ‘방어적 기제’를 발휘하여 생각지도 못하게 보수적인 기획을 할 수도 있거든요. 그런 기질들을 계속 경계할 필요가 있어요.

막상 기획이라는 것을 해보니, 사람들이 오해할 수 있는 부분이 많은 것 같아요. 우리는 좋은 아이디어가 있고, 역동적인 사람들이 기획을 잘할거라고 생각하잖아요. 근데 오히려 기획은 찾고, 분석하고, 정리하는 일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뭔가 정말 새롭고 이세상에 없는 무언가를 기획하는 기회는 많지 않은 것 같아요. (물론 할 수도 있겠죠..? 그런 기회를 만나기는 어렵겠지만요.) 내가 만들 어떤 것을 사용할 사람을 특정하고, 그 사람의 사용 패턴에 대해서 찾고, 확인하고 정리해야 합니다.

QA에서 기획자로

그래서 저는 저의 첫 직업이 굉장히 큰 도움이 됐어요. 일단 QA는 정리를 할 수 밖에 없는 직군이거든요. 예를 들어서 저는 기획 중간에 만들어질것이라고 생각한 소프트웨어의 테스트케이스를 작성했어요. 테스트케이스의 기본은 예상하는 시나리오를 작성하는데 있습니다. 그래서 Dermaster라는 제품을 사용할 의사는 이렇게 동작할 것이고, 이 부분이 복잡하니, UI를 새로 정립할 필요가 있겠다고 생각했죠.

그리고 일정을 관리하고, 이슈를 관리하는 건 9년동안 해온 일이었으니 어려울게 없었죠. 하지만 기획을 하는 내내 ‘디자인’에 대한 이해가 없으니 UX를 정확히 판단하기 어렵고, ‘개발’을 모르니 이 기획이 현실성을 가지고 있는지 두려웠어요. 마지막으로 고객의 니즈를 얼마나 직관적으로 이해하고 있는지 마켓팅적인 감성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모든 걸 해결하기 위해서 필요한 건 커뮤니케이션입니다. 기획자는 누구와도 적이 되면 안된다고 생각해요. UX를 함께 해줄 디자이너가 있었고요. 현실적인지 판단해줄 개발자가 늘 있었습니다. 최종 데모하기 전에 사전 데모를 통해서 고객의 니즈를 파악할 수 있었죠.

이제 막 첫 기획 소프트웨어의 릴리즈를 앞두고

이제 저는 기획자로써 첫 삽을 떴습니다. 미래의 제가 이 글을 보면 ‘아무것도 모르면서’ 잘도 써놨구나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저와 함께한 개발자, 디자이너, 고객 모두가 처음인 저를 ‘우쭈쭈’하면서 잘 봐줘서 이렇게 무사히 릴리즈를 앞두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다음은 기획자는 누구와 일하는가에 대해서 얘기해볼까 합니다. 막 얘기를 하다보니 생각보다 오래 떠들 수 있을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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